십이지캠 - 오프닝
후앙
아무것도 없어...
파이
아무것도 없네...
소녀들의 눈 앞에는 그저 초원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은 민가 하나 보이지 않는 광활하고 적적한 공간이었다.
후앙
후우우우우...
아무것도 없어어어어어어!
답하는 이 없는 외침이 공허하게 울려퍼졌다.
쿠비라
그래. 아무것도 없는 건 알겠어...
바지라
마음은 이해해. 아무것도 없으니까!
마키라
초원이 있는걸요.
비카라
하하! 마키라 말대로야! 뭐든지 해도 된다는 뜻 아니겠어?
안치라
발상의 전환이구나!
샤토라
'아무 것도 없는' 게 있잖아...?
파이
결국 아무것도 없는 거구나.
후앙
어째서? 어째서 이런 곳에 와 버린 건데? 응? 아니라 언니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설명했거늘... 십이신장들이 이래서야 한숨이 나오는구나...
십이신장. 패공전쟁 후에 설립된 열두 개의 신사를 맡고 있는 수장을 말한다. 그들은 별의 세계의 동향을 감시한다는 역할을 맡아 오늘까지 대대로 역할을 전수받아온 신성한 존재였다. 그런 그녀들이 어째서 지금 초원에 있는 걸까.
비이
오~ 너희들 또 회의 하는 거야?
파이
저번에는 마물을 퇴치하느라 참석 못 했었으니까 우린 오랜만에 가게 됐어.
후앙
와~ 기대된다~!
신나서 떠드는 쌍둥이 소녀들은 십이신장 중 하나인 인신寅神 신다라로, 둘이서 하나의 역할을 이어받은 존재이다.
라오라오
하아... 지금 어디 놀러 가냐? 갸오.
그런 그들을 나무라는 작은 호랑이는 영수霊獣인 라오라오로, 두 소녀를 키워낸 부모같은 존재였다.
후앙
당연히 회의 가는 거지, 회의~ 그치만 조금은 놀아도 되잖아!
안치라
맞아 맞아. 조금은 놀아도 괜찮아! 알로하스 때에도 회의는 제대로 했는걸! 라오라오 님도 안심하세요!
파이
안도 이렇게 말하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비카라
이번에는 어디에서 하는 걸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파이
아, 비키다!
후앙
비키! 악수, 악수해 줘!
비카라
좋지! 갑판에서 악수하기!
루리아
후앙쨩하고 파이쨩은 비카라쨩을 정말 좋아하는군요.
파이
응. 연간 패스 가지고 있거든.
후앙
이 티켓이 있으면 익센트릭 퍼레이드를 맨 앞에서 볼 수 있다구!
라오라오
사 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갸오... 한밤중부터 서신궁 앞에서 줄 서서 겨우 샀다구 갸오...
비이
고생 많았네...
단장 일행이 십이신장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자 쿠비라와 아니라가 다가왔다.
쿠비라
다 모였어?
마키라
응. 십이신장 전원은 아니지만.
바지라
알로하스 때도 그랬지만 전원이 다 모이는 건 어려우니 어쩔 수 없지.
샤토라
인원수가 많으니까...
아니라
음. 그럼 이번에는 이 멤버로 가도록 하지.
단장 공...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번에도 한동안 배를 떠나 있어야 할 것 같다네.
루리아
회의 열심히 하세요.
아니라
음! 이번에야말로 실수 없이 해낼 거라네!
후앙
그래서? 그래서 이번엔 어디로 가는데?
파이
알로하스... 제발 알로하스...
쿠비라
아... 으음... 이번 회의 장소는 말이지...
초조해하는 후앙과 기도하는 파이를 향해 아니라가 선언했다.
아니라
노숙이니라!
후앙
어...
신다라
어어어어어어!?
아니라
잘 듣거라. 우리는 저번에 슈퍼 리조트 알로하스라는 시설에서 십이신장회의를 진행했다.
샤토라
진행...됐던가?
쿠비라
뭐... 회의는 했잖아? 하긴 했지만 하는 데까지가 문제였달까...
안치라
내 기억으로는... 바지가 수영장에서 놀았던 것부터가 시작이었지.
바지라
아, 아니야! 그건 마키를 찾으러 가는 도중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뿐이야!
마키라
알로하스의 시설이 흥미로웠거든요...
비카라
그 저번 회의가 이번 회의하고 무슨 상관인 거야?
아니라
우리 십이신장이 저번에 무사히 회의를 끝내긴 했으나, 도중 각종 유희에 정신이 팔렸던 것도 사실! 그렇기에 이번에는 회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을이나 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야외에서 열고자 한다네.
마키라
루나루 군의 셀프감금하고 같은 원리구나.
쿠비라
그런 거지! 밖에서 회의하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잖아. 모처럼 왔으니까 즐기면서 하자!
안치라
그래! 모두가 함께라면 어디든 즐거우니까!
후앙
그치만...
파이
알로하스가 나를 부르고 있어... 목소리가 들리는걸...
아니라
그건 환청이니라...
후앙
다들 알로하스에서 놀았으면서...
파이
그때 참가 안 했던 우리한테는 반박할 권리조차 없는 거구나...
아니라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았다네! 알로하스는 다음에 가면 되네! 영원히 못 가는 건 아닐세!
이러한 경위로 십이신장들은 그랑사이퍼를 떠나 초원에서 노숙을 하게 된 것이었다.
쿠비라
알로하스에는 다음에 가자. 후앙쨩이랑 파이쨩도 깜짝 놀랄 걸? 문화적 충격이라고 할까...
바지라
알 것 같아. 그런 오락 시설을 만들어내다니 프라이데이는 대단하다니까.
아니라
하늘의 세계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네. 십이신장이라는 존재가 태어난 시대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네. 우리의 역할도 그러하지. 별의 민족을 감시한다는 원래 목적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세.
샤토라
번뇌 말이지...?
안치라
지금까지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났었지. 수도 많았고, 종류도 전혀 달랐지만.
쿠비라
일단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을 전부 떠올려 보자.
회의는 순조로웠고, 한동안 모두가 집중을 유지했다. 그러나 문득 마키라가 입을 열었다.
마키라
저기, 얘들아...
비카라
왜 그래? 마키라.
마키라
슬슬 야영 준비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쿠비라
하긴... 여기에 도착한 지도 시간이 꽤 지났네.
안치라
그럼 다 같이 시작하자!
그렇게 십이신장들은 야영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후앙
천하고 봉이 있네. 천이 지붕이고, 봉이 기둥인 거겠지... 아니라 언니, 이거 어떻게 세워?
아니라
늘 기공단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만...
파이
단장은 평소에 어떻게 했었더라?
안치라
우선 봉을 땅에 내리꽂고~ 위에 천을 눌어뜨리는 거야! 나 도와준 적 있어서 알아!
샤토라
그치만 흔들거리는걸...?
바지라
봉을 지지해 주는 게 없어서 그런가 보네. 뭐 부족한 거 아냐?
비카라
봉을 지지하는 봉이라던가...?
쿠비라
그런 게 있었나...?
십이신장들
......
기공단에서 여행할 때는 받은 의뢰 내용에 따라 야영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일행 중에는 야외 생활에 능숙한 사람이 많았기에 지금까지의 야영에서 고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후앙
봉은... 뭐, 이 근처 바위 틈에라도 꽂아서 세우면 되겠지!
비카라
식사 준비도 해야 하지? 분담해서 맡는 게 좋지 않을까?
쿠비라
그럼 나랑 비카라쨩이 하자. 다른 사람들은 여길 부탁해.
아니라
음. 침대도 만들어 둘까?
쿠비라
아, 마키라쨩은 그릇 꺼내서 늘어놔 줄래?
마키라
쿠비라 군. 그릇은 어디 있어?
쿠비라
그게... 어라? 그릇 어디 있더라?
바지라
그랑사이퍼에서 떠나기 전에 다 같이 준비했었지. 그릇 얘기도 나왔던가?
안치라
그릇 얘기는 안 했던 것 같은데... 혹시 까먹었나?
샤토라
하와와~ 으음~ 마음에 드는 베개는 잊지 않고 잘 가져왔는데...
파이
어라? 방금 빗방울 떨어지지 않았어?
십이신장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자, 얼굴에 무언가가 뚝뚝 떨어지더니 점점 기세가 심해졌다.
쿠비라
꺄악!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어...!
마키라
일단 식사 준비는 멈추고 비를 피하자.
십이신장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방금 만든 지붕 밑으로 모였지만, 곧 바람도 심하게 불기 시작했다.
안치라
으아...! 얼굴에 비 다 날리네. 이, 이거... 회의할 수 있는 거야?
아니라
완전히 젖어버렸구만... 다들 괜찮은가?
파이
옷이 차가워... 추워...
쿠비라
불을 피워야겠는데...
아니, 성냥이 비 때문에 축축해졌잖아?
바지라
어차피 이 바람 속에서는 불도 못 붙일걸. 지나가는 비처럼 보이지도 않고.
바지라의 말처럼 하늘에는 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고, 해가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샤토라
어라라~ 왕자님이 보이는걸~?
후앙
샤토라쨩이 환각을 보고 있어!
파이
나도... 알로하스 소리가 들려...
아니라
파이는 또 환청을 듣고 있는 게냐!
마키라
파이 군 쪽은 환청인 것 같지만, 샤토라 군이 말하는 단장 군의 모습이라면 나한테도 보여.
안치라
어?
샤토라와 마키라의 시선 끝을 쫓아가자, 이쪽으로 달려오는 단장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비이
으어~ 비 엄청 온다~
루리아
완전히 다 젖어버렸네요...
쿠비라
어떻게 된 거야? 단장네는 배 타고 섬에서 떠난 거 아니었어?
비이
출발했었는데, 얘가 갑자기 배 돌리라고 하더라고.
루리아
여러분이 그릇 가져가는 걸 까먹은 것 같다고요.
안치라
어? 어떻게 알았어!?
비이
너희들이 이야기할 때 우리도 옆에서 듣고 있었으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릇이란 게 없으면 엄청 불편한데도 잘 까먹게 된단 말이지. 뭐 나무같은 걸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아니라
그런... 그릇 하나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가져다 주러 왔다는 겐가...
비이
그치만 비가 이렇게 와서야 회의할 상황이 아니겠네. 오늘은 일단 연기하는 게 어때?
루리아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라캄 씨가 말씀하셨는데 이 비는 한동안 안 그칠 거래요.
쿠비라
그, 그렇구나...
바지라
그러고 보니 우리들, 사전에 날씨 확인도 안 했네.
단장은 흩어져 있는 도구들을 솜씨 좋게 주워모은 후 십이신장들을 데리고 배로 돌아왔다.
아니라
후우... 드디어 옷도 다 말랐구만...
쿠비라
실패였어... 지식도 부족하고 준비도 부족했던 것 같아.
비이
그나저나 텐트 세우는 속도 너무 늦지 않아? 펙도 안 박았지?
후앙
펙...?
아니라
으음...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은 나도 알고 있다네... 반성해야겠군...
안치라
너무 쉽게 봤나 봐...
비이
아니, 그렇게 좌절할 건 없잖아. 누구나 어려운 일은 있는 법이니까. 게다가 너희 십이신장들은 꽤...
십이신장들
...?
비이
아가씨들이기도 하고.
십이신장들
...!!
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꺼낸 "아가씨"라는 말이 일행의 가슴에 날카롭게 꽂혔다. 그 말의 의미가 별의 민족을 감시한다는 역할과 영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십이지캠
십이신장회의 두 번째
ZodiaCamp
The 2nd Divine Generals Assemb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