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남자들의 만가

남자들의 만가 - 제5화 궁지 속의 계책

어가푸 2022. 5. 2. 21:29

 

 

5-1

 

 



제5화 궁지 속의 계책
Fatal Situation

 

 


 


단장 일행은 주변을 경계하며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아지트를 한 바퀴 빙 돌아본 결과, 출입구는 문이 유일했기에 어떻게 돌파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유스테스
궁지 속의 계책을 짜낼 수밖에 없겠군.


[두목을 인질로 잡는다던가?]
[감시탑을 친다던가?] -> 선택


유스테스
나도 생각해 봤다만... 감시탑은 동서남북에 네 개나 있다. 조용히 습격하기엔 인원이 부족해. 남은 수단은... 아지트 벽에서 뛰어내리는 것 정도인가.

루리아
어, 그렇게 높은 곳에서요?


유스테스의 계획을 들은 루리아가 파랗게 질린 그때, 개의 울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유스테스
흐음...


유스테스와 단장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밤의 어둠에 섞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장 일행이 숨어든 곳은 노스 허스키가 사육되고 있는 견사였다.


루리아
노스 허스키가 이렇게 잔뜩 사육되고 있다니...

노스 허스키
그르르...

유스테스
......

큭, 어떻게든 경계를 풀어야 할 텐데...


노스 허스키가 노려보자 당황을 감추지 못하는 유스테스 곁에서 단장 일행은 다른 개들을 길들이고 있었다.


루리아
후후, 그렇게 핥으면 간지러워요~

유스테스
빠, 빠르군...

노스 허스키
가르르...


[괜찮아?]


유스테스
......

스컬 주니어나 카마로와 친해질 때 배운 것이 있다. 거기서 보고 있어.


유스테스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노스 허스키의 대각선 쪽으로 약간 거리를 두고 앉았다.


유스테스
너, 귀엽구나...

노스 허스키
그르르...


유스테스의 몸이 긴장으로 굳었지만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웃어보였다.


유스테스
머리 쓰다듬어도 될까?


그는 다정하게 말을 걸며 천천히 거리를 좁히더니 결국 노스 허스키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 데에 성공했다.


유스테스
후후...

노스 허스키
킁, 킁...

루리아
유스테스 씨, 해내셨네요!

유스테스
이걸로 일단 노스 허스키의 도움을 얻을 수 있겠군. 남은 건... 개썰매로 아지트 벽에서 힘차게 건너편 비탈까지 나는 거다.

루리아
......

유스테스
운에 강하게 좌우되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만... 노스 허스키의 각력이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루리아
네! 그대로 뛰어내리는 것보다는 완전 괜찮은 것 같아요!


아지트에서의 탈출에 광명이 비치기 시작한 바로 그 때였다.


신도 7의 목소리
히야앗호오오! 놓치지 마라!!

유스테스
스컬 일행인가...?

스컬
제길~! 끈질긴 놈들이구만!!

발루루간
네가 밥 내놓으라고 난리만 치지 않았어도 안 들켰을 거 아냐!

스컬 주니어
왕왕...!

교단 샤마스의 신도 7
히얏하아아아! 먹어라!

스컬
이야하하! 네놈들한테 당할 이 몸이 아니시다!

발루루간
어, 어이, 스컬. 앞을 보라고...!

스컬
어?


엄청난 스피드로 쌓여 있던 짐과 충돌한 스컬 일행은 바닥에 나동그라져 하늘을 바라보았다.


스컬
아야야... 너희들 괜찮아?

스컬 주니어
크, 크응...

발루루간
뭐 일단은...


그들은 겨우 중심을 잡고 일어났으나 이미 신도들에 의해 포위되어 도망칠 길이 막힌 상태였다.


스컬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발버둥치겠어... 그게 거물이 될 남자라는 거니까!

발루루간
그래야지! 아부지의 이름을 사칭하는 놈들에게 철퇴를 내려 주자고!

교단 샤마스의 신도 7
키히히... 질릴 때까지 마음껏 놀아 주마~!


신도들은 광기에 취해 입맛을 다시며 스컬 일행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일제히 무기를 들어올리더니 노도와 같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 7
히얏하하하하! 아부지의 원수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 8
갸악...!

발루루간
!?


발루루간은 멀리 떨어진 견사 위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유스테스의 모습을 발견했다.


유스테스
......

발루루간
하, 또 도움받아 버렸구만...

루리아
무리는 하면 안 돼요!

티아마트...!


유스테스와 루리아의 엄호를 받으며, 단장은 스컬 일행을 구하기 위해 검을 들고 포위망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적을 아무리 베어넘겨도 끝이 없었다. 이대로는 전멸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스컬
어이, 단장. 적들이 노리는 건...

발루루간
나야.

스컬
...그리고 나야. 구해주러 왔는데 미안하지만 스컬 주니어 데리고 도망가라.


[싫어...!]


스컬
흥, 딱히 여기서 죽으려는 건 아니야. 이 몸은 이미 정했어. 기공단이라는 새로운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야!

발루루간
단장, 우리들이 미끼가 될 테니까 일단 여기서 떨어져.

스컬
네가 무사하지 못하면 우리가 돌아갈 집이 없어지잖아~!!


스컬과 발루루간의 강한 의지에 설득당한 단장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스컬
헤헤... 그럼 마지막 힘을 짜낼 테니까 그 사이에 도망쳐!

우오오오오! 비켜 비켜 비켜 이 멍청이들아~!!!

발루루간
먹어라! 벌칸 나이트!


스컬과 발루루간은 신도들의 무리를 향해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로 인해 살짝 틈이 생기자, 단장은 스컬 주니어를 데리고 견사 쪽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스컬
단장! 나중에 또 보자고! 오다즈모키 녀석들은 이 몸과 발루루간이 책임지고 정리할게!

발루루간
스컬... 눈빛이 좋은데.

스컬
헤헤, 너도 마찬가지야!

유스테스
저 녀석들은 어디까지 바보인 건지.


그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단장 일행은 일단 몸을 숨기기로 했다. 그들의 모습이 견사에서 사라지자 스컬과 발루루간은 저항을 그만두고 백기를 들었다.


스컬
헤헤, 이제 한 발짝도 못 움직여... 단죄인지 뭔지 할 거면 빨리 해!

교단 샤마스의 신도 7
갸하하! 씩씩하시구만~

교단 샤마스의 신도 7
걱정 마. 지금 당장이라도 찢어발겨 줄 테니까!

스컬
어, 아냐. 지금 당장은 좀 그러니까... 적어도 맛있는 것 좀 먹여주고 해. 왜, 그런 거 있잖아. 최고의 만찬이 어쩌고~

발루루간
그거... 최고가 아니고 최후거든. 최후의 만찬.

스컬
그치만 배가 고프다는 점에선 같잖아.


신도들은 스컬과 발루루간의 멱살을 쥐고 광장 중앙으로 끌고 갔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 7
아부지이~~~!! 스컬하고 발루루간을 붙잡았어~~!!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햣하하하하!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와 함께!위~~ 샤마스으!!!

 

우오오오오! 아, 부, 지! 아, 부, 지! 아, 부, 지!


신도들의 대합창과 함께 라이로구르가 광장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로구르
효~효효효! 장하다, 장해! 오늘은 정말로 좋은 날이구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게다가 기다리던 이도 왔으니... 

오늘 밤, 우리는 원수 스컬과 배신자 발루루간을 그루자렛자 님의 이름하에 단죄한다. 그로 인해 우리는 그루자렛자 님의 의지를 정식으로 잇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패왕이! 패왕이 되는 것이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햐앗하하하!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와 함께!위~~ 샤마스으!!!

 

 




5-2


라이로구르
자, 아들들이여! 술을 들어라... 고기를 들어라! 오늘 밤은 연회이니... 오랜만에 개최하는군. 중인환시*의 데스 매치 도오오오옴!

*衆人環視,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봄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이얏하아아아아!


라이로구르의 개시 선언에 따라 신도들은 음악을 연주하고 소리지르고 춤을 췄고, 아지트 내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라이로구르
어딘가에 숨어 있는 죄인들의 동료들이여... 

라이로구르의 목소리
우리 아지트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투항한다면 목숨은 빼앗지 않겠다. 그러나 남은 시간은 잠깐뿐이다. 놈들을 단죄한 후에는 너희 차례다. 효~효효효~!

유스테스
......

루리아
스컬 씨... 발루루간 씨...

유스테스
진정해라, 루리아. 반드시 호기가 올 거다. 그러니 지금은 참아야 해.


루리아는 초조감에 휩싸인 채로도 입술을 꽉 깨물며 때를 기다리려고 했다.


라이로구르
자~ 그럼... 죄인들이여.

발루루간
흥, 네 쪽이 훨씬 죄인같은 얼굴을 하고 있잖아!

라이로구르
흐음... 딱하고 건방진 계집애구나...

발루루간
계집애라고...!?


라이로구르는 신도들에게 구속된 채 움직이지 못하는 발루루간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더니 발루루간의 오른손-벌칸 클로우를 손 끝으로 살짝 쓰다듬었다.


라이로구르
이 강철의 발톱은 그루자렛자 님께서 하사받은 물건인가. 효효효... 이 만족스러운 조형과 강도, 광택... 으음~ 전부 훌륭하군.

발루루간
야, 웃기게 생긴 놈! 그 더러운 손 치워!

라이로구르
벌칸 클로우라고 했던가? 내 콜렉션에 꼭 추가하고 싶군!

히얏하아아아!


라이로구르는 신도에게서 손도끼를 받아들더니 발루루간의 의수를 무참히 베어냈다.


발루루간
크아아아아!

스컬
바, 발루루간...!

라이로구르
효~효효효효!


라이로구르가 쇳덩어리로 변한 벌칸 클로우를 높이 들어올리자 신도들은 한창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이윽고 스컬의 오른손과 발루루간의 왼손을 억지로 강철 수갑으로 묶더니 그들을 데스 매치 돔으로 옮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데스 매치 돔. 그것은 전류가 흐르는 가시 철사와 철망으로 둘러싸여 도망칠 수 없는 투기장이었다.

 


발루루간
하아, 하아... 으윽...

스컬
미안하다... 내가 옆에 있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발루루간
멍청아, 질질 짜지 마! 이런 상처는 침 바르면 낫는다고!

스컬
누, 누가 질질 짰다는 거야? 잘 들어. 이건 그, 그거야! 침이라고! 배 고프단 말이야!

발루루간
...진짜 멍청하네. 침이 아니라 땀이겠지. 드럽긴.


눈물이 그렁그렁한 스컬은 옷을 찢더니 그 천으로 발루루간의 오른손을 꽉 동여매어 지혈해 주었다.


스컬
반드시 여기서 탈출하는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마.

발루루간
하, 그 말... 절대 잊지 마시지.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히얏하하하!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와 함께!위~~ 샤마스으!!!


데스 매치 돔에서의 단죄를 기대하고 있는 신도들의 눈은 광기에 차 번들거렸다.


스컬
하, 우리가 죽는 걸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는 듯한 얼굴이구만~

발루루간
진짜... 이 놈들은 완전 썩어빠졌어.

라이로구르
자, 아들들이여. 더 시끄럽게 떠들어라! 우리가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렸던 죄인들이 지금 눈 앞에서... 

여길 나가고 싶으면 너희 죄인들이 해야 하는 일은 단 하나! 우리 집행자를 쓰러뜨리는 거다!


그때 데스 매치 돔의 게이트가 기세좋게 열리며 흥분 상태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집행자
후우, 후우...

스컬
저건 감옥에 있던... 어이, 너 왜 웃기게 생긴 놈이 시키는 대로...

집행자
우오오오오...!


커다란 징 소리가 울리며 전투가 시작되자, 신도들이 열광하며 충혈된 눈으로 환성을 질렀다.


스컬
이 몸이 너랑 싸울 이유가 없잖아!

집행자
으가아아아!

발루루간
위험해...!

스컬
미안, 덕분에 살았어...

발루루간
방심하지 마. 우리한테는 이유가 없어도 저쪽에는 있겠지.

집행자
죽어라아아아아!


집행자는 창을 휘두르며 수갑에 연결되어 있는 스컬과 발루루간을 향해 덤벼들었다. 이대로는 간신히 도망칠 수 있을 뿐 반격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스컬은 얼굴을 찌푸렸다.


스컬
제길... 이대로는 계속 당할 뿐이야...

발루루간
스컬. 내가 방패가 돼서 놈의 창을 막겠어. 그 사이에 갑옷 사이로 손 넣어서 목을 졸라버려.

스컬
잠깐 잠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어떻게 널 방패로 쓰냐!

발루루간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져... 그러니 할 수밖에 없어!


발루루간의 오른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눈치챈 스컬은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스컬
확실히 서두르는 편이 좋겠군. 하지만 방패가 되는 건 이 몸이셔.

발루루간
너...

스컬
이 몸이 녀석을 확실하게 붙잡아둘 테니까 빈틈을 봐서 목을 졸라.


강한 의지가 깃든 스컬의 눈을 본 발루루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컬
야, 너! 웃기게 생긴 놈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라고 해도 너도 기사 아니냐? 이런 빈손에 수갑까지 차고 있는 상대한테 그런 걸 휘두르다니~ 너무한 거 아냐!?

집행자
후우...

스컬
너한테는 기사도도 없냐? 참고로 이 몸한테는 없어! 왜냐면 기사가 아니거든!

집행자
......

스컬
아~~~! 진짜! 뭐라고 말 좀 해 봐! 이 기사같이 생긴 놈아!

집행자
기사도 따윈 아무래도 좋아...

스컬
뭐라고? 하나도 안 들리거든? 한번 더 말해봐! 큰 소리로!

집행자
나는 그저 죽고 싶지 않을 뿐이다아아아아!

스컬
시끄러워 멍청아! 큰 소리로 한심한 말 꺼내지 마! 괜히 들었네. 이 멍청아~ 멍청아!


집행자는 스컬의 도발에 넘어가 분노에 찬 채 창을 휘둘러댔다. 스컬은 그런 그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으나, 불행히도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스컬
이런~~~!!

집행자
끝이다!!!!


집행자는 쓰러져 있는 스컬을 향해 전력으로 창을 내뻗었다. 그러나...


스컬
히이아아앗! 꼴 좋다~ 바보야!

집행자
!? 이, 이런... 안 빠져!


스컬의 덫에 걸려 바닥 깊숙히 창을 꽂아넣은 집행자는 어떻게든 그것을 빼려고 했으나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틈을 타 발루루간은 집행자를 향해 뛰어오르더니 갑옷 사이로 손을 넣고 그의 목을 졸랐다.


발루루간
으랴아아아아!

집행자
겨우... 이 정도로오오!

스컬
그럴 순 없지!


스컬도 집행자에게 뛰어올라 수갑을 그의 목에 걸더니 발루루간과 함께 조였다.


집행자
으, 으그극....

스컬
더! 조금만 더! 더 분발해!

발루루간
우오오오! 진짜 남자를 보여주마...!

집행자
가악....

발루루간
하아, 하아...

스컬
히얏하하하하! 어떠냐, 자식들아...!

 

 


 


5-3


집행자의 패배를 목격한 데스 매치 돔이 정적에 휩싸였다. 스컬과 발루루간은 그렇게 해서 궁지를 빠져나온 것처럼 보였으나...


라이로구르
흐음... 역시 그루자렛자 님의 원수로군. 펫 따위에게는 짐이 너무 무거웠나? 허나 방금 그건 연습시합이었다. 정통한 혈연에 따른 진정한 심판을 내려 주마~!

스컬
잠깐 기다려! 저 녀석을 쓰러뜨리면 여기서 내보내준다고 하지 않았어?

라이로구르
말했잖나? 방금 그건 연습시합이었다~

스컬
치사한 놈! 남자답게 굴란 말이야!

발루루간
잘도 이런 놈을 아부지라고 부르고 있군. 이 녀석들은 다 눈이 썩었나? 만약 속고 있는 거냐면 얼마나 순진한 건데, 멍청이들아.


그들의 항의를 무시하고 다시 징 소리가 울려퍼지며 게이트가 기세좋게 열렸다. 그리고 거기서 나타난 것은 교단 샤마스의 집행자가 된 라이자릿드였다.


라이자릿드
......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히얏하하하!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자유와 함께!위~~ 샤마스으!!!

발루루간
다, 당신은...

루리아
왜 저 사람이...? 샤마스를 해치우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유스테스
이유는 모르겠으나 저 남자가 상대라면 승산은 없다.


단장은 여차하면 죽을 각오로 구하러 가기 위해 검을 고쳐쥐었다.


라이자릿드
......

스컬
피부로 느껴지는구만, 평범한 녀석은 아니라는 게...


스컬은 만신창이인 상태로도 발루루간을 감싸려 앞으로 나섰다.


발루루간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멍청아.

스컬
시끄러! 천재인 이 몸이 시키는 대로 하면 저런 뻣뻣해 보이는 놈도 한 방에...

어? 잠깐만. 너 어디서...

라이자릿드
......

스컬
너 혹시... 아부지 친척이던 꼬마냐? 그... 라이자릿드 맞지? 

그렇구만, 그랬어! 아부지하고 한 약속대로 남자가 되어서 돌아온 건가!

발루루간
아부지의...?

스컬
네가 가족이 되기 조금 전에 좀 말썽이 있었거든. 그래서 추방당했었어.

라이자릿드
그런가. 나는 널 만난 적이 있나.

스컬
그래서? 남자 중의 남자가 돼서 산에서 내려온 거지? 그런데 어째서? 왜 저 웃기게 생긴 놈을 따르고 있는 건데, 짜샤!

라이자릿드
묻겠다. 어째서 아부지를 해치웠지...?

스컬
...... 거물이 되기 위해선... 아부지를 뛰어넘어야 했어. 그뿐이야. 

발루루간
아부지를 뛰어넘는 게 우리에게 있어선 효도나 다름없잖아? 그걸 가지고 원망하는 거라면 남자답지 못한 것 같은데.

라이자릿드
걱정하지 마라. 내가 했어야 할 효도를 너희들에게 빼앗긴 게 쇼크였을 뿐이다.

스컬
이런 싸움에 무슨 의미가 있냐? 우리는 한솥밥 먹고 살던 가족이잖아. 

라이자릿드
크크큭... 그래. 원래는 가족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죄인과 집행자로서 재회한 거다.

스컬
......

라이자릿드
나는 아부지에게 부탁받았다. 이 새로운 가족에게 헌신하고 번영시키라고. 그러니 네 목숨을 빼앗겠다. 거기서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어!

스컬
이봐, 넌 아부지 친척이었지? 그 웃기게 생긴 놈을 아부지라고 부를 작정이야?

라이자릿드
흥, 라이로구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아부지라고 부르는 것은 그루자렛자 아부지, 단 한 분이다.

스컬
혹시... 그거야? 그 웃기게 생긴 놈이 아부지의 혼을 불러낸다느니 뭐라느니...

라이자릿드
그래. 아부지는 확실히 강령하셨다. 예전과 같이... 아니, 그 이상의 풍모를 보여주시더군.

스컬
진짜야...?

발루루간
멍청아. 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당연히 거짓말이지.

스컬
거짓말이라고? 그치, 그렇지? 아부지가 이런 멍청한 교단에 힘을 빌려줄 리가 없잖아!

라이자릿드
아부지를 느낄 때까지는... 나도 너희들처럼 강령같은 건 믿지 않았었다. 허나...

발루루간
당신이 뭘 보고 들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아부지는 무법자라 칭하면서도 가슴에 뜨거운 것을 품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위대한 남자였다고.

라이자릿드
흥, 이야기가 평행선을 달리겠군. 우리 옛 오다즈모키들은 말이 아니라 폭력으로 설명한다! 모든 것은 새로운 가족, 교단 샤마스를 위해...!


스컬은 라이자릿드의 말에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있어 머리를 쥐어뜯는 중이었다.


스컬
저기, 뭔가 좀 이상하지 않냐?

라이자릿드
......

스컬
아부지가 저렇게 웃기게 생긴 놈을 도와주라고 진짜 말씀하실 것 같아?

라이자릿드
...내가 아버지의 마음을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컬
천 길 낭떠러지에서 남자 중의 남자가 되어서 돌아왔잖아? 그렇게 고생했으면 좀 더 보는 눈이 있어도 괜찮을 텐데... 네 눈은 옹이구멍이냐? 

만약 오다즈모키의 미래를 맡길 상대가 있다면 그건 바로 막내 너야.

라이자릿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스컬
아직 젖비린내나는 애였을 때인데도 너는 너만의 남자다움으로 아부지의 명령을 거슬렀어. 그때는 진짜 찡했다니까~! 이 몸보다 먼저 거물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였지.

그랬기에... 아부지도 네 안의 남자를 보았기에 직접 키우지 않고 너를 내치신 거잖아!

라이자릿드
......



 



[회상]


그루자렛자
라이자릿드여... 너는 나와 다른 길을 나아가려 하는지도 모른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다시 오다즈모키에 돌아오길 원한다면 남자 중의 남자가 되어 돌아오도록 해라! 

그것이 한 번이라도 너의 아부지가 되었던 내가 주는 단 하나의 조건이다.





라이자릿드
아부지...

스컬
뭐, 설령 네가 오다즈모키에서 추방당하지 않고 뒤를 이었다고 해도 거물이 될 이 몸의 발판이 되었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말야~!


스컬은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했으나, 그루자렛자를 향해 끓어오르는 마음이 그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스컬
뭐 좋아. 너는 네가 믿는 길을 가. 이 몸은...

발루루간
우리들, 이겠지.

스컬
아, 미안. 그래... 우리들은 있는 힘껏 발버둥칠 테니까!

발루루간
제대로 좀 해, 멍청아.

스컬
아무튼 아부지의 이름을 더럽히는 웃기게 생긴 놈과 그 일당들한테 질 수는 없지!

라이자릿드
......


스컬과 발루루간의 각오를 본 라이자릿드는 망설였다. 지금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남자다움이 아닌가. 만약 그루자렛자가 살아 있었다면 정말 교단 샤마스를 도우라는 둥의 말을 했을까.


라이자릿드
스컬... 너는 밤하늘에서 무엇을 보았지?

스컬
뭐...?


스컬이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데스 매치 돔의 철조망 너머로 작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가장 큰 빛을 내뿜는 항성이 보이자 스컬의 마음은 두근거렸다.


스컬
글쎄~ 이 몸의 눈에는... 밤하늘에서 가장 반짝거리는 스타가 보이는걸!

라이자릿드
크크큭... 그런가.


스컬이 본 것은 길성도 흉성도 아닌 대길성大吉星... 라이자릿드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를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5-4


좀처럼 집행되지 않는 단죄에 라이로구르와 신도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교단 샤마스의 신도 10
어떻게 된 거야! 죄인을 해치워라~ 그루자렛자 아부지의 원수를 갚아라~!

교단 샤마스의 신도 7
연회에 물을 끼얹을 셈이야? 네가 안 할 거라면 내가 하겠어!!

라이로구르
우리의 막내여! 무엇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냐~! 지금이야말로 마음껏 날뛰는 거다! 우리에게 충성심을 보여다오!

라이자릿드
충섬심이라...

발루루간
저 자식, 눌러야 할 버튼을 미묘하게 착각한 것 같은데.

스컬
그래. 우린 아부지한테 충성을 바치고 있었던 게 아냐. 아부지를 동경했기 때문에 곁에 있었던 것뿐이라고!

라이자릿드
(크크큭... 확실히 그렇다. 우리는 동경하고 있었다. 그 위대한 남자를...)






[회상]


그루자렛자
조국에서 빈둥거리며 살아가면 좋을 것을... 어째서 이런 곳에 온 거지?

어린 라이자릿드
빈둥거리면서...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어요. 저는...! 당신처럼 필사적으로 이 목숨을 불태우며 살아가고 싶어요! 결국엔 당신을 뛰어넘는 위대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요!





라이자릿드
(저 놈의 속임수를 꿰뚫어보지 못하다니 이 어찌 어리석은... 실로 평생의 수치로군...)

교단 샤마스의 신도 10
어이, 겁쟁이 막내 놈아! 혹시 쫄았냐? 햣하하하하!


신도들이 쏟아붓는 온갖 욕설. 거기에서는 어떠한 애정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라이자릿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라이자릿드
(아부지의 의지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이어가고 있는 건 스컬인지도 모른다...)

스컬, 그리고 발루루간이여... 내 눈은 옹이구멍이었던 모양이다.

스컬
라이자릿드...

라이자릿드
너희들에겐 보답하마, 이 주먹을 걸고...!


라이자릿드는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데스 매치 돔을 감싸고 있는 철조망 앞에 섰다.


라이자릿드
후우...

라이로구르
뭐, 뭘 하려는 거냐?

라이자릿드
이 내가... 사람을 위해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그 남자에게 반했을 때뿐이다!

발루루간
하, 그 마음 이해가 가는걸...

라이자릿드
후우... 타아아아아앗!


라이자릿드는 고함을 지르며 철조망에 흐르는 전류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잡아찢었다.


스컬
어, 엄청난데...

라이자릿드
수갑 이리 내.


라이자릿드는 스컬과 발루루간을 묶어놓고 있던 수갑을 너무나 간단히도 망가뜨렸다.


라이자릿드
가라.

스컬
너는 어떡할 거지?

라이자릿드
내겐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대답하는 라이자릿드의 시선 끝에는 오들오들 떠는 라이로구르의 모습이 보였다.


라이로구르
흐으...! 설마 그루자렛자 님을 배신할 줄이야... 피는 물보다 진한 게 아니었던가~~?? 아들들이여! 우리의 연회는 지금부터다! 놈들을 단죄해라~~~!!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히얏하아아아!

라이자릿드
후우...


발루루간을 부축하며 걷고 있던 스컬의 등을 바라보며 라이자릿드가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윽고 그는 기묘한 소리를 내지르며 노도와 같은 기세로 교단 샤마스의 신도 무리를 향해 뛰어드는 것이었다.


유스테스
다들 잘 버텼다. 지금이 바로 그때야...!


[두 사람을 구해내야 해!]


루리아
네...!


초특급 개썰매 전차 붓차기에 올라탄 단장 일행은 너덜너덜한 스컬과 발루루간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유스테스
스컬 주니어! 다른 개들을 이끌고 따라와!

스컬 주니어
와옹!

노스 허스키 무리
왕왕!

교단 샤마스의 신도 12
어이! 저 녀석들 붓차기를 훔쳤어! 탈환해라!!

유스테스
닥쳐.

교단 샤마스의 신도 12
히익... 아갸악...!


단장 일행의 붓차기는 신도들을 날려버리며 맹렬히 돌진했다. 이윽고 스컬 일행을 찾아낸 유스테스는 그 등 뒤에 다라오는 신도들을 저격해나갔다.


루리아
스컬 씨, 발루루간 씨! 괜찮으세요?

스컬
너희들...

유스테스
어서 타.


유스테스는 스컬 주니어가 끌고 있는 또 한 대의 붓차기를 가리키더니 거기 타라는 신호를 보냈다.


스컬 주니어
왕왕!

스컬
어이, 발루루간! 탈 수 있겠어?

발루루간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나는 이런 데서 쓰러질 만큼 물렁하지 않다고!

유스테스
스컬. 이걸 써라.

스컬
오? 좋은데. 그나저나 이런 총을 어디서 가져온 거야?

유스테스
창고에 산처럼 쌓여있길래 좀 빌렸다.

신도 7의 목소리
어딜 도망가! 스커어어얼!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이야아아하하하!!

스컬
제길... 진짜 끈질긴 놈들이구만. 

발루루간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문은 닫혀 있는데?

유스테스
감시탑으로 향하는 비상계단 보이나? 거기를 한번에 뛰어올라 그 기세로 건너편 비탈까지 뛴다.

스컬
자, 잠깐만! 감시탑이라니 너, 그게 얼마나 높은지 알아? 거기서 뛰어내리겠다고?

루리아
강아지 여러분을 믿자고요!

유스테스
여기서 죽는 것보다는 낫잖나.

스컬
하핫.... 그, 그야 확실히 그렇지만~ 덜덜덜덜덜...

유스테스
훗... 무섭나?

스컬
우, 웃기지 마! 너무 기대돼서 떨리는 거라고!

발루루간
어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러다 혀 깨문다?


비상계단을 단번에 오른 두 대의 붓차기. 그들은 그 기세로 아지트 벽에서 설원을 향해 뛰어오르려 했으나 그 순간... 눈 앞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단장 일행은 붓차기에 탄 채로 날려가고 말았다.


루리아
꺄아아아아!

스컬
제길...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교단 샤마스의 신도 10
어딜 도망치려고, 자식들아! 너희들은 여기서 끝이야!

교단 샤마스의 신도들
이얏하아아아아!

스컬
자기네 아지트 안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쓰다니...

교단 샤마스의 신도 10
아지트가 부서지건 말건 상관 없어. 마음껏 날뛰며 너희들을 끝장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발루루간
완전히 미쳤구만...

유스테스
......


유스테스가 기사회생할 방법을 짜내는 사이, 눈 앞에 있던 신도들이 갑자기 검은 그림자에 의해 튕겨나갔다.


스컬
뭐, 뭐야?

라이자릿드
후우...

스컬
하, 하하... 저 녀석 진짜 괴물인가...

라이자릿드
여기서 도망치려면 저 문이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거든.

후오오오오...!


포효와 함께 기를 모으자 전신의 근육이 늘어나며 라이자릿드의 몸 안에서 투기가 솟아나왔다. 이윽고 그는 혼신의 힘으로 거대한 문을 밀어 열기 시작했다.


라이자릿드
누우우우... 하아아아아!

스컬
엄청나다...

유스테스
말 그대로 일기당천이군.


붓차기가 지나갈 정도의 틈을 만들어낸 라이자릿드는 만족한 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라이자릿드
내 시체를 밟고 가라, 나의 형제여...

스컬
역시 너한테는 그 말투가 어울린다니까. 고맙다, 막내야~!!

발루루간
형님, 고마워.

라이자릿드
누하하하하핫...!


단장은 "같이 가자"며 라이자릿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라이자릿드
...내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라이자릿드는 그렇게 말하며 아지트에 남은 신도들에게 반격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단장은 그의 등 뒤를 따라 붙잡혀 있는 사람들을 구하러 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며 울분을 가슴에 품은 채 아지트를 빠져나가는 것이었다.